재무계획 분야에서는 은퇴 전후 5년씩 총 10년 구간을 "수익률 순서 위험 구간(Sequence of Returns Risk Zone)"이라고 부릅니다. 이 시기에 시장이 크게 하락하면, 이후 회복이 이루어지더라도 인출이 진행되는 동안 원금이 계속 줄어들어 자산의 장기 지속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집니다. 예를 들어 10억 원을 보유한 시점에 30%가 하락하면 자산은 7억 원이 되고, 이 상태에서 연간 3,000만 원을 인출하면 반등 전까지의 잔고 소진 속도가 젊은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이 가파릅니다.
반면 은퇴 5년 전은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남아 있어, 고변동성 자산을 서서히 매도하면서 세금·수수료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. 은퇴 직전 1~2년에 한꺼번에 주식을 처분하려다 시장 하락과 겹치면 최악의 강제 매도 시나리오를 만나게 되지만,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하면 그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.
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운용 현황 자료에서도 국내 IRP 가입자 중 상당수가 만기 직전까지 원리금 보장형에만 집중하거나, 반대로 은퇴 직전까지 주식형 비중이 80%를 넘기는 양극단을 보이는 경향이 확인됩니다. 두 경우 모두 최적이 아닙니다. 5년이라는 시간은 주식 비중을 서서히 중립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일부 성장 자산을 유지할 수 있는, 충분하면서도 가장 적절한 전환 기간입니다.